목회자 코너
<약속> (이경태 목사 칼럼)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우정에 금이 갑니다. 가족과의 약속을 어기면 존경이 사라집니다. 직장이나 거래처와의 약속을 어기면 실직하거나 관계가 끊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기면서도 당장은 아무 손해가 없는 듯 보이는 약속이 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하나님과의 약속입니다.
자신과의 약속은 누가 감시하지 않습니다. 언제 했는지도, 어겼는지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니까, 내가 알아서”라며 쉽게 깨버립니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결과는 참 비참합니다. 인생은 땀과 노력이라는 영양분을 주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며 착각합니다.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미루고 무너뜨리면 세월은 후회라는 열매를 선물합니다.
자신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과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약속을 자신과의 약속보다 더욱 쉽게 어깁니다. “사랑의 아버지 하나님이시니, 나를 이해해 주실 거야.” 그분의 공감을 핑계 삼아 수많은 공약(?)을 남발하고 쉽게 어깁니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십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주시는 이유는 기대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이 없는 전능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대 하신다는 것은 부담이라기 보다는 특권입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보다 심각한 이유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며 살다보면 그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갑니다. ‘혹시 하나님도 나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지 않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심이 마음 한편에 스며듭니다. 결코 그럴 분이 아니라고 스스로 세뇌(?)를 하며 믿음으로 붙잡으려 해도 우리의 양심은 정말 ‘내가 믿는 것 맞나?’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변하시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내가 변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시는 건 아니지만,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기대와 믿음을 스스로 깎아먹습니다. 단지 약속 하나를 못 지킨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잠언은 ‘무릇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고 말씀합니다. 노력해도 잘 되진 않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럴지라도 그동안 녹슬 도록 방치했던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포기했던 하나님과의 약속을 다시 꺼내 지켜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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