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코너
과거라는 단어를 접할 때 사람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행복했던 과거를 가진 사람들은 ‘추억’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겁니다. 반면에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들은 고통과 후회라는 단어로 다가옵니다. 누군가에게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재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됩니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에 묶여 있으면 시선이 비뚤어집니다. 과거에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의 대가를 치르려고 오늘 벌 받으며 살아야 할까요? 죄의 형량을 치르듯 감옥에 갇힌 삶이 회개일까요? 하나님께서 오늘을 우리에게 주신 것은 과거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후회와 회개의 심령으로 고뇌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죄책감에 빠져 있으라고 누웠던 곳에서 다시 눈을 뜨고 새로운 호흡을 허락하신 것이 아닙니다. 비록 과거의 선택이 잘못 되었더라도, 새로운 하루를 주신 이유는 새로운 피조물로 인정하셨기 때문입니다. 말씀 안에서는 과거의 아픔조차도 오늘의 새로움으로 역전됩니다. 말씀 안에 있을 때 내일은 오늘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해석해 줍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밴쿠버의 집에는 개척 당시 멤버들의 독사진이 큰 액자에 담겨 걸려 있습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이미 타주나 한국으로 이사해 더 이상 교회 멤버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를 어렵게 하고 떠나기도 했고, 공동체에 큰 흔들림을 주었던 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을 액자에서 빼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질 때도 있지만 그대로 둡니다. 그분들 역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상처를 무시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진들을 그대로 두면서 실수와 잘못보다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받아드릴 여유가 생깁니다. 제 모든 선택이 옳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우리들 대부분은 또 비슷한 선택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죄를 짓고 비슷한 후회를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주님 안에서 오늘의 소망을 둡니다. GFC의 역사도 늘 즐거운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작년에 창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들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사진들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진들의 먼지를 털어내어 친교실 벽에 걸어두려 합니다. 과거가 모두 행복했다고 꾸미자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성숙한 여유를 갖자는 마음입니다.
십중팔구 과거로 과거를 해석하면 아픕니다. 과거를 현재의 시선에서 해석해서도 곤란합니다. 우리의 과거를 미래가 새롭게 해석하도록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립시다. 그리고 현재를 아름답게 살아갑시다. 과거가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고, 과거의 환상적인 추억에 빠져있어서도 안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새롭고 성실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과거를 보며 무덤덤해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가 오늘을 추억으로 해석하도록 용기 있게 과거를 직면하고 ‘과거의 해석’은 하나님께 맡기며 오늘을 살아갑시다.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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